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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싶은가? 맥락을 말해보라.
2011-07-26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도중에 맞닥뜨린 문제에 도움을 요청받았을 때,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바로 제시하기보다는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를 종종 묻게 된다. 주로 "뭘 하고 싶은 건데?" 내지는 "맥락을 말해봐." 라는 형태로 질문하는데, 이에 대한 배경 설명을 좀 해보려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거대한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러저러한 것을 만든다' 라는 추상적인 목표가 근본 문제이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여정은 이 근본 문제를 좀더 작고 구체적이고 해결할만해보이는 문제들로 쪼개거나(Divide and conquer), 답이 이미 알려진 문제로 변환(Reduction)하고, 이것을 재귀적으로 적용해서 문제들이 더이상 쪼개거나 변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간단해지면, 직접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문제는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으로서 만들어진 것이다. 풀기 난감한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이 문제가 어떤 다른 문제를 쪼개거나 변환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즉 어떤 다른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인지 떠올려 보자. 쪼개거나 변환하는 방식을 달리하면 좀더 낮은 비용으로 전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음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디가 잘못되었을까?

"나무를 베자. 도끼로 나무를 베어야겠다. 그런데 도끼날이 너무 무디다. 도끼날을 갈아야겠는데 숫돌이 없다. 어떤 마을에 도끼날을 갈 수 있는 좋은 돌이 있다고 한다. 그 마을은 너무 멀어서 야크를 타고 가야겠다. 그런데 야크 털이 너무 길다. 야크 털을 깎자."

답은 나무를 베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나무를 벤다는 문제가 어떤 다른 문제를 풀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 이유에 따라 나무를 벨 필요가 없을 수도 있고, 무딘 도끼날로 힘들게 나무를 베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고, 야크 털 깎고 옆 마을에 갔다 오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뭘 하고 싶은가? 맥락을 말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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